[남도일보]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제7회)만고풍상
입력 2020. 11. 01. 18: 08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한달음에 그 집에 당도하여 사람이 보건말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성난 멧돼지같이 우당탕탕 달려들어 덕만이 그 방문을 덜컥 열어 보니 정말로 거기 거짓말 같이 잃어버린 자기소가 있었다.
소도둑놈이 들에 매어둔 소를 도둑질해 와서는 남이 볼세라 사람이 살지 않은 외딴집 방으로 소를 몰아넣어 시렁위에 고삐를 묶어놓고 풀을 뜯어 먹이면서 거기 감쪽같이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어두운 밤이 되면 멀리 장이 서는 큰 마을로 몰고 나가 아무도 몰래 팔아치울 속셈이었다.
“이놈아! 네 이 소도둑놈아! 거기 서! 천하에 날벼락 맞아 죽을 놈아!”
덕만이 고래고래 소리치며 그 외딴집 마당에 서성거리다가 불의의 사태에 직면하자 산속으로 재빨리 피해 달아나는 여우같은 얼굴의 소도둑놈을 쫓아가 붙잡아 때려눕혀 두 손을 새끼줄에 꽁꽁 묶어 한 손에 잡아 들고, 또 한손으로는 자기 소 고삐를 붙잡고 집으로 왔던 것이다.
“허 참! 그 정씨 점쟁이 영감님 덕분으로 그 덕만이란 사람이 소도 찾고 소도둑놈도 잡고 그랬다는구나! 이 고을에 지금 그 소문이 파다하다!” 어머니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아니, 그런 귀신같이 신통한 점쟁이가 있단 말인가요?” 신씨 부인이 놀라 말했다.
“그렇다마다 너 내일 그 정씨 점쟁이 영감을 찾아가서 니 남편 병에 대하여 점을 쳐보아라. 이 답답한 속이나 좀 시원하게......... 알겠지” 어머니가 말했다.
“으음!.......그래요. 그럼 어머니 내일 그 정씨 점쟁이 영감님에게 한번 가볼게요.” 신씨 부인이 말했다. 큰일도 모르고 당하느니 알고 당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다음날 일찍 아침을 먹은 신씨 부인은 곧 숨이 넘어 갈듯 자리에 누워있는 남편을 뒤로하고 다른 날 같잖게 머리 손질을 하고 얼굴에 대강 분칠을 하고는 이십 리길 그 용한 정씨 점쟁이 영감이 산다는 마을을 향해 분주히 발길을 재촉했다.
신씨 부인은 친정어머니의 말을 듣고는 사람의 힘으로는 도무지 고칠 수없는 남편의 병을 용하다는 그 정씨 점쟁이 영감에게 물어 생사(生死)의 의문을 풀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 점쟁이라면 또 어떤가!
만고풍상(萬古風霜) 인간사(人間事)!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이 세상에 왔으니 한번은 죽어 간다지만 그 가는 길을 범인(凡人)으로서는 한발 짝 앞도 내다 볼 수 없으니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붙잡는다는 심정으로 알고나 당하자고 속 시원히 묻고 싶지 않겠는가 말이다.
<계속>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제8회)산(山)서방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신씨 부인은 남편 병 구환 하느라 없는 살림살이에도 불구하고 겨우 두어 냥 복채를 주머니에 깊이 챙겨 담고 푸른 풀잎 돋아나는 들길을 지나 어느새 호젓한 산길로 접어들었다.
그새 강남 갔던 여름 철새들이 돌아왔는지 연둣빛으로 눈을 뜨는 나뭇가지 사이에서 맑은 새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봄바람이 살랑거리며 싱그럽게 낯을 스치고 지나는 것이었다.
나뭇잎이 새로 돋고 이름 모를 풀잎들이 땅에서 돋아나 그새 봄꽃들을 달고 방긋이 웃고 있었다. 이런 산 속에는 고사리 꺾는 사람들이며 산나물 캐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었다. 인생의 봄도 이렇게 싱그러운 것이련만 도무지 신이 나지 않는 것은 그 삶속에 탐욕이 있고 분쟁이 있고 또 아픔이 있고 병이 있고 이별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저런 생각을 하며 신씨 부인은 산 수풀 피어나는 칙칙한 오솔길을 올라 고개 너머로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그 고갯길을 막 내려가려는데 바로 그 옆 수풀에서 인기척이 났다. 높은 산도 아니고 또 깊은 산중도 아니어서 대낮에 호랑이나 여우같은 산짐승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나무하는 사람이거나 나물 캐는 사람 혹은 인기척을 피해 달아나는 다람쥐나 산토끼려니 하고 그 쪽으로 자신도 모르게 눈길을 던졌다.
그러나 눈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잘못 보았거니 하고 눈을 의심하며 멀리 산 아래 마을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그렇게 신씨 부인이 막 발을 띠려는 순간 뒤에서 보드라운 몸을 사정없이 거머잡는 칡넝쿨 같은 우악스런 손이 있었다.
“아악!”
그것은 거친 사내의 손길이었다. 신씨 부인은 자신도 모르게 짧게 비명을 토해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이 으슥한 인적 드문 산 고갯길에 더러 산 도둑들이 있기도 하겠지만 그런 적은 없었던 것이다.
“누 누구야!”
신씨 부인이 사납게 손을 뿌리치며 소리쳤다,
“보름 전 집나간 니 년의 산(山)서방을 그새 잊어 버렸느냐?”
사내가 낮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난 너 같은 산 서방 둔 적 없다! 이놈아! 놔라!”
신씨 부인이 사내의 팔뚝에 붙잡힌 몸을 풀어내려고 안간힘을 쓰며 소리쳤다.
“어허! 이년이 기억이 없나 보구나! 내가 너의 전생(前生) 서방이다!”
“그런 거 난 없다! 이놈아! 어서 이 손을 풀어라!” ?
“어허! 꽃 피는 봄날 이녁 좋고 나 좋고 벌 꽃 꿀 따는 재미를 좀 보자는데 앙탈이라니!”
사내가 신씨 부인의 허리를 더욱 옭죄며 윽박질렀다. <계속>
출처 : 남도일보(http://www.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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