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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 저런 아야기

[남도일보]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5/6

by 까망잉크 2023. 4. 18.

[남도일보]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제5회)중의 지팡이

입력 2020. 10. 28 17: 27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복채는 무슨! 아무튼 잃어버린 집안의 귀중한 물건이니 찾긴 찾아야겠는데…”

점쟁이 정씨 영감이 눈을 가늘게 뜨고 덕만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더니 점을 치려고 산통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마침내 팔괘를 뽑아 놓고 한참동안 유심히 살펴보다가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 장터로 향하는 삼거리 길로 나가면 지팡이를 짚고 오는 늙은 중을 만나게 될 것이야! 그러면 다짜고짜 그 늙은 중에게 달려들어 그 지팡이를 빼앗아 여러 토막 분질러 버리게!”

“예에”

잃어버린 소와 늙은 중의 지팡이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덕만은 점쟁이 정씨 영감의 뚱딴지같은 말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았다.

“어서 빨리 가! 소 찾아야 한다며 뭘 하고 있어!”

정씨 점쟁이 영감이 덕만을 노려보며 대답 대신 사납게 호통을 쳤다.

덕만은 심하게 호통을 치는 터라 뭐라 대꾸도 못하고 머리를 긁적이며 쫓기 듯 정씨 점쟁이 영감 집을 빠져나왔다.

‘쳇! 잃어버린 소를 찾아 달랬더니 길 가는 늙은 중의 지팡이를 빼앗아 분질러 버리라니!’

덕만은 참 별스런 점괘도 다 있다싶어 이상하게 여겼으나 급기야 밑져야 본전이라 생각하고는 장터로 향하는 삼거리 길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저 점쟁이 영감이 앉아서 천리를 본단 말인가. 과연 늙은 중이 이 시간에 그 길을 오기는 온단 말인가. 그래도 아무렴! 소만 찾을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시키는 대로 해야 했다.

덕만이 삼거리 길에 도착하여 급한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잠시 후 거짓말같이 늙은 중 하나가 바랑을 등에 짊어지고 반들반들 손때 묻은 구부러진 지팡이를 짚고 터덜터덜 걸어오는 것이었다.

‘바로 저 늙은 중을 말하였구나! 허허! 참으로 신통하구나!’

덕만이 다짜고짜 정씨 점쟁이 영감이 시키는 대로 성난 범처럼 늙은 중에게 달려들어 지팡이를 사납게 낚아 채 빼앗아 여러 토막 분질러 길가에 사납게 내팽개쳐 버렸다.

"허어! 나 참 오늘 별스런 일을 두 번이나 보는구나!"

늙은 중이 웬 불한당 같은 농투성이가 불쑥 나타나 짚고 가던 지팡이를 빼앗아 분질러 버리는 황당한 꼴을 당하자 덕만을 황망한 눈길로 멍하니 바라보며 이렇게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아니 스님, 그럼 오늘 별스런 일을 또 보았단 말인가요 "

덕만이 늙은 중을 바라보며 말했다.

"글쎄, 방금 저 산 너머 마을을 지나오는데 어떤 사람이 소를 외딴집 방안으로 끌고 들어가지 않겠소." <계속>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제6회)방으로 들어간 소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늙은 중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뭐 뭐라 소를 방으로 끌고 들어가요?”

그 말을 들은 덕만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아니,?그렇다니까요! 세상에 참! 오늘 내 별일을 두 번이나 당하네! 저 나무 지팡이가 무슨 죄가 있다고........ 나무아미타불!........”

늙은 중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기가 막힌 듯 끌끌 혀를 차며 말했다.

“그래요!?그럼 스님,?소를 방으로 끌고 들어가는 그 집이 어디던가요?”

덕만은 그 말을 듣고는 그 소가 자신이 잃어버린 소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번쩍 뇌리에 스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저 산 고개 너머 마을인데.......아마 그 집이 커다란 소나무 바로 위에 있는 외딴집이었던가.......”

늙은 중이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면서 뒷산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는 덕만을 의아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왜 그리 꼬치꼬치 묻소? 무슨 일이 있소?”

“사실은 스님, 오늘 논을 갈고 있다가 소를 논둑에 매어 놓고 옆 논으로 내온 새참을 좀 얻어먹으러 잠시 갔다 온 새에 소가 없어져 버렸소, 아무리 찾아보아도 없어서 애간장이 타서 정씨 점쟁이 영감에게 달려가 점을 쳐보니 지나가는 늙은 중의 지팡이를 다짜고짜 빼앗아 분질러 버리면 찾을 수 있다기에 그리 했던 거요. 그러니 그 집을 좀 자세히 가르쳐 주시오.”

“나무관세음보살! 흐음! 그리된 연유라면 기필코 그 소를 찾아야겠지요.” 늙은 중이 말하며 그 집을 자세하게 일러주었다.

“으음! 그래요. 스님, 소를 찾으면 지팡이는 좋은 걸로 새로 만들어 드리리다!”

덕만이 미안하다는 듯 늙은 중에게 고개를 수그리며 말했다.

“허허! 그럴 거 뭐 있소! 소 잃어버린 거사(居士)에게 소를 되찾게 해주는 공덕으로 저 지팡이가 세상에 인연을 다한 것이라면 그 또한 저 지팡이의 업이겠지요. 까짓것 노승의 지팡이야 아무려면 어떻소! 농부에게 잃어버린 소보다야 중하지는 않겠지요.”

늙은 중이 그렇게 말하며 길가에 부러진 나뭇가지를 하나 찾아 주워들고 지팡이를 삼아 짚고 말을 이었다.

“이거면 족하지 않겠소! 늦기 전에 어서 그 집으로 가서 잃어버린 내 소인가 확인해 보시오! 허허! 정씨 점쟁이 영감님이라!...... 나무관세음보살........”

덕만이 늙은 중이 길을 재촉해 가는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고 서 있다가 부리나케 소를 방으로 몰고 들어가더라는 그 집을 향해 내달렸다. <계속>

출처 : 남도일보(http://www.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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