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러 저런 아야기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73/74

by 까망잉크 2023. 6. 17.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73) 극약처방(劇藥處方)

입력 2021. 02. 04 18: 32

그림/정경도(한국화가)

정씨부인은 아버지 홍수개의 미친 광풍으로부터 언제나 튼튼한 보호막이 되어 아이들을 잘 기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 홍수개의 난잡한 생활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그때마다 아이들을 다독이며 바른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이끌어 왔던 것이다.

마음을 정한 정씨부인은 아들 홍안기에게 무어라고 말을 해야 할까 한동안 고민했다. 전장에 내보낼 장수를 발탁했으니 전략과 전술을 지시해야했다. 막 만든 식혜를 한 그릇 떠가지고 사과와 배를 깎아 다과상을 만든 정씨부인은 아들 홍안기의 방으로 향했다.

어머니 정씨부인의 인기척을 느낀 아들 홍안기가 서책을 읽고 있다가 방문을 열었다.

“그래! 학문에 열중이구나!”

“예! 어머니, 할아버지 기일이라 바쁘실 텐데 이렇게 저까지 신경을 써주시니 감사합니다.”

홍안기가 공손히 말했다.

“그래, 이리 앉아 이걸 먹자! 이 어미, 너와 긴히 논할 일이 있구나!”

정씨부인이 다과상을 방 가운데 놓고 아들 홍안기와 마주 앉으며 말했다.

“어머니!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그래! 이 어미가 너의 힘이 필요하구나! 그러나 참 말하기가 너무 힘이 들구나!”

“무슨 일인데요? 어머니, 혹시 아버지 때문이신가요?”

아들 홍안기가 불쑥 말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 홍수개 일로 항상 고심하며 살아온 어머니 정씨부인을 보아오며 살아왔기에 무슨 일하는 말만 나오면 무조건 반사적으로 아버지 일로 연결되어버리는 것이었다.

“으음!....... 그래, 미안하구나!”

정씨부인이 조용히 말했다.

“어머니! 무슨 일이든 말씀하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다 하겠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정씨부인은 늘 아들 홍안기가 아버지에 대하여 악한이라고 나쁜 마음을 가지지나 않을까 조심스럽게 여겼는데 또 이런 좋지 못한 아버지의 일에 아들을 개입할 것을 생각하고는 몹시 망설였으나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막다른 상황임을 생각하고는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천하의 명의 중 명의만이 내릴 수 있다는 극약처방(劇藥處方)! 정씨부인은 지금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서있었다. 이 처방을 자칫 잘못 썼다가는 아버지 홍수개나 아들 홍안기는 치명적인 마음의 상처를 입고 평생을 살아가야 할지도 몰랐다. 아버지의 잘못된 짓을 그 아들로 고치려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계속>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74) 군왕지심(君王之心)

 

그림/정경도(한국화가)

그러나 아들 홍안기는 이미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어머니, 주저하지 마시고 말씀해 주세요. 비록 아버지가 아무리 나쁜 사람일지라도 결코 자식으로서 천륜(天倫)을 저버리는 못된 아들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머니께 어려서부터 제가 그리 배워왔지 않습니까!”

“어허! 그래, 우리 아들 장하고도 장하구나! 그새 어른이 되었구나!”

아들 홍안기의 그 말을 들은 정씨부인은 가슴 가득 자신감이 차오르는 것이었다.

“아들아! 사실은 우리 집에 온 옹기장수 아내를 아버지가 넘보고 있는 것 같구나! 사내가 여인네를 탐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나 아내가 있는 자가 더구나 남편이 버젓이 있는 남의 부인네를 함부로 건드리는 것은 아니 되지 않겠느냐! 그 부부를 지켜주고 또 이차지에 너의 아버지의 그 나쁜 마음도 고쳐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예! 어머니, 참으로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소자 어떻게 해야 하지요?”

아들 홍안기가 차분하게 말했다.

“너의 아버지는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 자칫 잘못 사람을 써서 방해했다가는 큰일이 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어미는 아들인 너를 쓰려 한단다. 천하의 폭군도 자기 자식은 함부로 하지 못하고 호랑이도 자기 새끼는 해치지 않는다지 않느냐!”

정씨부인은 자신이 세운 계획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아들 홍안기에게 할아버지 홍진사의 제사가 끝나면 여인네의 향기가 나도록 여인네의 분을 옷에 잔뜩 바르고 얼굴에 검댕이 칠을 하고 턱에는 긴 수염을 달고 집 뒤 할머니가 자는 오두막집 방에 들어가 이불을 깊이 뒤집어쓰고 누워있으라는 것이었다.

그러면 분명 아버지 홍수개가 도둑고양이처럼 슬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와 끌어안을 것이니 아무런 반응도 하지 말고 꼼짝없이 누워 있다가 아버지의 손이 가슴을 쓸고 아래로 내려온 순간 이불을 사정없이 걷어 젖히고 벌떡 일어나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아무 말 없이 방문을 열고 조용히 밖으로 나오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

“예! 어머니,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들아! 그 시각 이 어미는 그 방문 밖을 지키고 있을 터이니 아무 걱정 말거라.”

정씨부인이 아들 홍안기에게 말했다. 정씨부인의 마음은 마치 일국의 명운과 백성의 안위가 달린 전장에 장군을 발탁해 갑옷을 입혀주고 칼을 들려 내보내는 바로 그 군왕지심(君王之心)이었던 것이다.

정씨부인에게는 자신이 지키고 안정시켜야할 한 가정의 운명이 걸렸는데 그러한 일이 어찌 작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정씨부인은 그 계획 속에서 두 가지 극적인 효과를 노리고 있었다. <계속>

출처 : 남도일보(http://www.namdonews.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