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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 저런 아야기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75/76

by 까망잉크 2023. 6. 18.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75) 천륜전략(天倫戰略)

입력 2021. 02. 08. 17: 40

그림/정경도(한국화가)

아들 홍안기를 투입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투입했다가는 아무리 비밀이라고 해도 남편 홍수개의 그 사악한 행위가 언젠가는 만천하에 드러날 것이었고, 또한 분노에 치받친 남편 홍수개가 그에게 무슨 간악한 짓을 할지도 몰랐다.

또 그 행위가 실패를 했다 해도 남편 홍수개가 옹기장수 아내를 향한 그 불 끓는 욕망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정씨부인은 미루어 짐작하고 판단을 했기 때문에 절대로 텅 빈 방으로 두어서는 아니 되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수세(守勢)만이 능사가 아니라 바로 적극적인 공세(攻勢)를 취해야 목적하는 바를 극대화 시킬 수 있다고 정씨부인은 판단했던 것이다. 승리를 장담하고 마음 놓고 공격해 오는 자의 허(虛)를 단박에 찔러 찰나에 역공하여 적을 섬멸해 버리는 전략을 정씨부인은 대담하게 구사해야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아들 홍안기를 그 방에 있게 했을까? 아들 홍안기의 옷에 향기가 나도록 여인네의 분을 바르게 한 것은 홍수개가 옹기장수 아내임을 착각하게 하는 것이었다. 절대로 상대가 바뀌었다고 의심을 하지 않고 덤볐다가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한 순간 그 간극의 차이 즉 심리적 충격을 노렸던 것이다. 사람이 예상이 빗나가면 순간 당황하게 되고 멈칫거리게 되는데 그 사이 아들 홍안기가 할아버지 홍진사의 분장을 하고 벌떡 일어나면 과연 그것을 본 홍수개는 어떠할까? 제갈공명이 사마중달을 전쟁으로 유인하기 위해 여자의 옷을 선물로 보냈던 것처럼 그런 효과를 노렸던 것이다. 물론 사마중달은 그것에 속아 넘어가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그것이 예상대로 적중하지 못하고 아들 홍안기가 아버지 홍수개에게 붙잡히는 꼴이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정씨부인은 그것도 예상해 두었다. 치졸하고 흉악한 방법으로 가난하고 연약한 남의 아내를 훔치려한 아버지 홍수개가 자기 아들 홍안기에게 그것을 현장에서 들켰다면 과연 어떠할까? 그리고 아들 홍안기가 자기 할아버지 홍진사의 모습을 흉내 내고 어둠 속에 서서 ‘아버지! 이러시면 절대로 아니 되옵니다! 오늘이 할아버지 제삿날입니다!’ 라고 말한다면 과연 어떠할까? 참으로 극적인 상황이 되지 않았을까?

정씨부인은 못된 아버지의 일에 그 아들을 약으로 쓰는 극약처방을 치밀하게 연출해 냈던 것이다. 그 절박한 상황에서 정씨부인이 마음 놓고 믿을 수 있는 자는 오직 아들 홍안기 외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는데, 그것은 이른바 천륜전략(天倫戰略)이었다. 그 아들 앞에서 그 말을 들은 홍수개는 과연 어떠한 심정이 될까? 그 약도 약발이 들지 않는다면 아마도 홍수개는 죽거나 말거나 아무래도 좋을 더 이상 남편도 아버지도 아닌 하늘이 버린 사람일 것이었다.

정씨부인은 옹기장수 부부를 구해내고 더 이상 인간이기를 포기한 야수 같은 남편 홍수개로 부터 아이들을 보호해 잘 기르기 위해서라도 그날 밤 결과가 좋지 않다면 부부의 연을 끓고 헤어질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있어서 해악만 되는 자는 차라리 없는 것이 더 나았다. 아니다. 상대가 치기 전에 먼저 쳐야했다. 한 여인의 인생과 한 가정의 명운을 건 정씨부인의 마지막 전략! 아마도 이러한 전략은 천하사와 인간사의 모든 일에 달통한 현자(賢者)만이 구가할 수 있는 배수진을 친 막다른 전략이지 않겠는가! 명운(命運)이 다해가는 제갈공명이 상방곡(上方谷)으로 사마중달을 유인해 섬멸할 마지막 전투의 전략처럼 말이다. 인생사에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생사(生死)를 건 중대한 결단을 내려할 때가 누구에게나 간혹 있는 것이었다. <계속>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제4화>기생 소백주 (76) 풍수(風水)

그림/정경도(한국화가)

그리고 정씨부인은 그날 밤 아들 홍안기를 투입하면서 두 귓구멍을 솜으로 단단히 틀어막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아버지 홍수개가 몰래 들어와 온갖 달콤하고 야한 소리로 옹기장수 아내를 홀리려 유혹하고 때론 윽박질러 협박하면서 어를 것을 미루어 짐작하고 듣지 말아야할 추저분한 소리들을 아들 홍안기로부터 차단시키기 위함이었다. 절대로 들어서는 아니 될 괴이한 소리를 아직은 어린 아들 홍안기가 듣고 받을 마음의 상처를 정씨부인은 고려했던 것이다. 또한 한편으로 아버지의 못된 소리를 들은 한참 감수성이 예민할 나이의 홍안기가 의분(義憤)에 받쳐 감정을 주저하지 못하고 자칫 일을 그르치지나 않을까하고 미리 예방을 했던 것이다, 성공과 실패 사이에는 한 치의 오차도 용인되지 않는다는 것을 정씨부인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불행일까? 다행일까? 정말로 저승에 있던 홍진사의 혼령이 제삿날 집에 왔다가 손자 홍안기의 몸에 씌워 못된 아들 홍수개를 야단쳤던 것일까? 홍수개는 그날 밤 아버지 홍진사의 제삿날임을 알고는 정말로 아버지 홍진사의 혼령을 그 방에서 보았다고 철석같이 믿었고 혼절해 쓰러졌던 것이다. 그리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며 그 방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정씨부인이 재빨리 달려 들어와 홍수개를 주무르고 긴급 처방을 해 제 정신을 차리도록 했던 것이다. 그 시각 옹기장수 아내는 정씨부인의 조치로 할머니와 함께 음식을 가지고 나가 마을 할머니들과 나누어 먹고는 그 방에서 곤한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다.

며느리 정씨부인에게 손자 이름을 써준 그날 홍진사는 수캐골에 대대로 전해오는 풍수지리(風水地理)에 관한이야기도 잊지 않고 했다.

“아가! 이 수캐골의 형상이 커다란 수캐가 오줌을 누는 형상이라 그 땅의 기운을 받고 발정한 수캐가 나온다고 어느 도사가 예언을 했다고 하더구나! 내가 보기에 그 수캐의 못된 버릇을 잡을 비책을 내가 생각해 냈단다.”

“예! 아버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병석에 누워 홍진사는 풍수에 얽힌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아들 홍수개의 못된 버릇을 잡을 것을 고민했던 것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말에 정씨부인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귀를 기울였다.

“사람은 모두 땅의 기운을 받고 태어난다. 이 수캐골의 기운을 받고 우리도 태어난 거지! 생각해 보거라! 밖으로만 돌아다니며 암캐 냄새를 찾아 목숨을 걸고 쫓아다니는 그놈을 무슨 수로 막을 방법이 있겠느냐? 다리를 분질러버리면 병신이 될 테고, 덜렁거리는 그것을 없애 버리면 자손이 끊어질 것이고, 그놈의 수캐는 질긴 줄로 모가지를 잘 묶어 놓아야 주인 말을 잘 듣고 집을 잘 지키지 않겠느냐! 어서 나를 좀 일으켜 다오!”

홍진사가 일어나 밖으로 나가자고 며느리 정씨부인에게 자신을 일으켜 세워 달라는 것이었다.

“아버님! 괜찮으시겠어요?”

정씨부인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계속>

출처 : 남도일보(http://www.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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