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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 저런 아야기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77/78

by 까망잉크 2023. 6. 19.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77) 비법(秘法)

입력 2021. 02. 15 55: 17

그림/정경도(한국화가)

“아니다! 괜찮다! 너에게 이 수캐골의 그 잡스런 수캐기운을 잠재울 비법(秘法)을 가르쳐주려고 그런다! 염려 말고 어서 나를 좀 마을 앞으로 데리고 가다오!”

“예! 아버님!”

정씨부인이 시아버지 홍진사를 부축하고 문 앞으로 나가 집안에서 일하는 사내 둘이 부축하고 마을 앞으로 나갔다. 마을 앞 개울가 바위가 솟아난 곳에 이르러 홍진사가 손가락 끝으로 산자락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가! 자세히 보거라! 저 산이 이렇게 내려와서 저 능선이 수캐의 뒷다리에 해당 되고 저곳이 앞다리가 아니냐!”

정씨부인이 시아버지 홍진사가 말하는 것을 들으며 보니 정말 영락없는 한 마리 수캐였다.

“저기 저곳이 머리고 움푹 들어간 저곳이 목덜미니라! 목덜미 아래 바윗돌이 하나 서있지 않느냐! 저 바윗돌로부터 목덜미까지 대나무를 심거라! 왕대나무를 심으면 그 뿌리가 길고 굵어 깊이 박히면 수캐가 목이 졸려 죽어버린다. 단명(短命)해 버린다. 마을에 사내는 다 죽거나 사내아이를 못 낳는다. 그러니 왕대는 절대로 심지 말고 뿌리가 작은 조릿대를 심거라! 조릿대가 잘 자라서 목에 띠를 이루어 저 바위를 감싸면 수캐가 나가 돌아다니지 못하고 줄에 묶여 집도 잘 지키고 안사람 여자에게 충성하며 자손이 많이 번창할 것이다. 절대로 내 말 잊어서는 안 된다. 아가야!........ 허허! 한평생 파란 많은 인생사 도(道)가 무어더냐? 과연 무심무위적연부동(無心無爲寂然不動)이로구나!”

그 말을 마친 홍진사는 하늘 한귀를 한참동안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삼일 뒤 홍진사는 눈을 감고 말았다. 아들 홍수개의 난봉꾼 짓에 얼마나 깊은 번민을 했으면 병석에 누워 인생의 삶의 의미와 이 수캐골의 풍수에 대한 비밀한 방법을 생각해 냈을까? 시아버지 홍진사의 그 말을 들은 정씨부인은 시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날을 잡아 조릿대를 뽑아와 그 수캐의 목덜미 자리와 솟아오른 바위 주변에 듬성듬성 심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심은 조릿대가 이상하게도 잘 자라나지 않는 것이었다.

정씨부인은 해마다 잘 자라나도록 새로 조릿대를 캐다 심는데도 자라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요 서너 해부터 조릿대가 무성히 자라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것일까? 천하의 비법을 알고 그것을 펼쳐 쓰려 해도 시절 운이 맞지 않으면 소용없는 것이라더니 정말 그런 것일까? 참으로 신기한 것은 그 조릿대가 자라나고부터 홍수개의 바깥출입이 현저히 잦아 들기도 했으니 말이다.

먼 옛날 도사가 수캐골에 와서 저 수캐의 기운을 잡을 방법이 안개라던가 뭐라던가 했다고 하던 것이 혹 옹기장수의 그 옹기가 아니었을까? 아니면 홍수개의 아들 홍안기의 그 안기였을까? 하긴 조릿대가 무성하게 자라난 그곳을 얼핏 바라보면 산자락에 허여 멀건 푸르스름한 안개가 낀 듯 보이기도 하였으니 그게 수캐골의 안개 즉 개 목줄을 뜻하는 것이라는 걸 그 누가 알랴! <계속>

<제4화>기생 소백주

(78) 거안제미(擧案齊眉)

그림/정경도(한국화가)

정씨부인의 그날 밤의 재치 있는 지략으로 홍수개의 간악한 흉계는 수포로 돌아갔고 옹기장수 부부는 옹기를 잘 팔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다. 사람은 역시 생긴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옹기장수 아내의 빼어난 미모는 자칫 참혹한 화(禍)를 불러일으킬 번하였으나 못생긴 정씨부인의 지략은 그 참화를 막을 수 있었다.

‘미인과 바보는 형제간’ 이는 영국 속담이고, ‘미인이란 보는 것이지 결혼할 것은 아니다’ 이는 유태인의 사고방식이다. ‘잘생긴 여자는 어리석다! 못생긴 아내의 집 앞 텃밭은 집안의 보배다!(丑妻近地家中寶)’ 이는 고대 중국의 속담인데 고대 중국인들도 미인을 좋아하면서도 항상 경계의 대상이었다. 여인의 미색에 눈이 멀어 인생을 망치고, 나라를 망친 사례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빼어난 미모를 가졌다는 말희, 포사, 달기, 조비연, 서시, 양귀비 등은 나라를 망하게 한 요물 즉 경국지색(傾國之色)으로 불려졌다. 일반 사람들보다 외모나 능력이 월등히 뛰어나다는 것은 커다란 장점이고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참으로 유리한 조건이기도 하지만 결국 그것 때문으로 천 길 낭떠러지 나락에 떨어져 침몰해 버리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높은 산은 무너지게 되어있고, 깊은 강은 결국 메꿔지게 되어있다. 오직 시간문제일 뿐이다. 높이 되었다고 많이 가졌다고 우쭐거리거나 자랑마라. 무너지는 고통은 높이 오른 자의 몫이고, 망하는 고통은 많이 가진 자가 겪어야할 필연적인 노정이다. 아무도 그것을 피해 갈수 없다는 것을 뛰어난 현자(賢者)는 알기에 높이 오르려 하지도 않았고, 많이 가지려 하지도 않았고, 특히 난세(亂世)에는 힘이 없고 능력이 부족해 어지러운 세태를 바로 잡을 수 없다고 판단되면 고요히 초야에 묻혀 맑은 뜻을 간직하고 수양하며 숨어 살줄 알았던 것이다.

중국의 4대 추녀(醜女)는 덕행(德行)이 높은 현자(賢者)로 통했다. 남들보다 외모가 못나고 능력이 모자라 재물이 부족해 가난한 자는 그 나름대로 숨은 재주와 장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는 것이다. 황제 헌원씨의 넷째 부인 모모는 못생겼으나 현명한 여인으로 통했고, 전국시대의 종리춘은 못생겼으나 왕에게 제나라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잘 제시해 무염군에 봉해졌고 나중에 황후가 되었다. 그리고 끼니때마다 남편에게 밥상을 눈썹 위로 들어 올려 남편을 잘 받들어 모신 거안제미(擧案齊眉)의 주인공 동한시대의 양홍의 아내 맹광 또한 얼굴이 검고 몸집이 큰 못생긴 여자였다. 동진시대의 허윤은 완덕위의 딸에게 장가간 첫날밤 아내가 될 완씨가 얼마나 못생긴 추녀였던지 그 용모를 보고 놀라 신방을 뛰쳐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그 완씨의 덕행을 보고는 백년해로(百年偕老)했다.

삼국지의 제갈공명의 아내 또한 추녀로 통했다. 세간에는 ‘제갈공명의 아내 고르는 법을 흉내내지마라! 바로 아승(阿承-황승언, 면남지방의 명사(名士))의 못난 딸을 얻게 된다!’는 말이 돌았고, 종종 웃음거리로 삼았다. 그러나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나 군수품 수송에 유용하게 썼던 목우(木牛)도 바로 그 못생긴 아내의 지혜였다지 않은가! ‘사내들이여! 어찌 여인의 외모만 보고 눈이 멀어 인생과 세상을 망치고 그 깊은 덕행을 보지 못하는가!’ 하고 세상은 꾸짖고 있는 것이다. <계속>

 

출처 : 남도일보(http://www.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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