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무튼 주말

6·25 참전용사 자부심 살린 ‘영웅의 제복’...“눈감을 때 수의 대신 입고 싶어”

by 까망잉크 2023. 6. 24.

6·25 참전용사 자부심 살린 ‘영웅의 제복’...“눈감을 때 수의 대신 입고 싶어”

정전 70주년 맞아 5만명에 전달

 

입력 2023.06.24. 04:00업데이트 2023.06.24. 06:44

“보내주신 제복은 잘 받았습니다. 상의는 꼭 맞고, 바지 긴 부분은 집사람이 고쳐주기로 했습니다. 나라에서 (저희를) 잊지 않아 감사합니다.”

6·25 참전 용사들이 지난달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왼쪽부터 고융희, 김영환, 류재식, 한종혁, 이재국, 김기열씨다. 이들은 6·25 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국가보훈부가 참전 유공자들에게 나눠준 제복을 입고 나왔다./국가보훈부 제공

지난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가보훈부 사무실에 6·25 전쟁 참전 용사 남상소(90)씨의 일일특급 편지가 도착했다. 남씨는 전날 서울 동작구 자택에서 정부가 6·25 전쟁 참전 용사를 위해 제작한 명예 제복을 받았다. 꽃무늬가 새겨진 노란 편지지에 쓴 글에서 남씨는 “색깔도 좋고 모양도 좋아서 앞으로 모임 등에 잘 입고 가겠다”며 “아흔이 넘어 귀가 어두워져 전화를 하지 못해 이렇게 편지로 감사의 말을 올린다”고 했다. 남씨는 1951년 봄 18세에 입대해 6·25에 참전했다고 한다.

6·25 전쟁 정전(7월 27일) 70주년을 맞아 정부가 만든 명예 제복인 ‘영웅의 제복’이 참전 용사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보훈부에는 제복을 받은 참전 용사에게서 감사 편지와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앞으로 친구나 지인들을 만날 때 당당히 입고 다니겠다” “눈을 감을 때 수의 대신 입고 싶다” 등의 이야기를 전한다고 한다.

이 명예 제복은 작년 6월 보훈부가 참전 용사들을 위해 만들었다. 참전 용사들은 그동안 6·25 참전유공자회에서 만든 조끼를 사비로 사왔다. 하지만 일부에서 참전 용사들의 조끼를 비하 대상으로 삼았고, 보훈부에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제복 제작에 나섰다고 한다. 작년에 10명 대상 시범 사업을 벌였고, 이를 본 부산 동신초등학교 학생들이 보훈부에 “모든 참전 용사를 대상으로 제복을 지급해 달라”고 편지를 보냈다. 이를 계기로 6·25 참전 용사 5만1000명에게 무상으로 제복이 지급되게 됐다. 연갈색 재킷과 상·하의, 넥타이로 구성된 제복은 지난 12일부터 배부되고 있다.

6·25 참전 용사 250여 명은 오는 25일 오전 장충체육관에서 진행되는 6·25전쟁 73주년 정부 기념식에 이 명예 제복을 입고 참석할 예정이다. 중앙정부 행사에 명예 제복을 입은 참전 용사들이 단체로 등장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훈부는 밝혔다. 참전 용사 류병추(91)씨는 “국가에서 멋들어진 제복을 잘 만들어줘서 고맙다”며 “앞으로도 나와 같이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제복 디자인과 제작을 진행한 디자이너 김석원(53)씨는 “디자인을 시작하면서 기존에 입고 계시던 조끼를 살폈는데 다닥다닥 붙어 있던 훈장이나 약장 때문에 상당히 무거웠다”며 “새 제복을 입으면서는 그런 무게감과 불편함은 내려놓으시고 역사를 위해 희생한 데 대한 자랑스러움과 자부심만 느끼시면 좋겠다”고 했다. 김씨는 “현재 제복이 봄·여름용이어서 가을·겨울용 명예 제복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시면 동복 제작에도 흔쾌히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학생 24명과 함께 지난해 ‘참전 용사 제복 무상 지급’을 요청하는 단체 손 편지를 보훈부에 보낸 부산 동신초 선호승(47) 교사는 “뒤늦게나마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에게 최소한의 예우를 온전히 갖추는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라고 했다. 선 교사는 “당시 편지를 쓴 아이들이 중학교 1~2학년이 됐는데 단체 SNS 방에서 이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뻐했다”고 했다.

조선일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