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그정겨운 이름 아래
시름에 빗자루 술잔을 들고
그래서 옛 시인 김육(金堉)은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날을 부르시소
초당에 꽃 피거든 나도 자네를 청하옴세
백년간 시름 없을 일을 의논코저 하노라
술 익었다고 친구을 부르고, 꽃 피어다고 친구 찾고, 이 핑계 저 핑계로 동무를 만나 백년간 시름 없을 일을 의논코저 한다니 이 아니 좋을까?
또 이수광은 〈술회〉란 작품에서,
시는 교묘한 솜씨로 만물 아로새기고
술은 빗자루 되어 온갖 근심 쓸어가네.
詩似巧工雕萬物 酒爲長추掃千愁
노래하고 있다. 한잔 술이 빗자루 되어 근심을 깨끗이 쓸어내니 어찌 술을 청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름 모를 어느 시인은,
술은 언제 나고 시름은 언제 난지
술나고 시름난지 시름 난 후 술이 난지
아마도 술이 난 후에 시름 난가 하노라
노래하니, 시름 때문에 술을 마시는 것인지, 아니면 술 때문에 시름이 생기는 것인지? 그러나 술만 있고 시름이 없고, 시름만 있고 술이 없다면 이 세상 무슨 재미가 있겠는 가?
술을 취케 먹고 두렷이 앉았으니
억만 시름이 가노라 하직한다
아희야 잔 가득 부어라 시름 전송 하리라 정태화(鄭太和)
아하! 술을 취하게 마시고 허리를 곧추 세우니 시름이라는 놈이 하직 인사를 한다니 이 아니 좋은가. 그래도 내 가슴에 왔다가 가는 손님인데 그냥 보낼 수 없으니 술 한 잔 부어 전송한다. 아! 상쾌하도다.
**김육(金堉): 조선 중기의 문신·학자(1580~1658). 자는 백후(伯厚). 호는 잠곡(潛谷). 한성부 우윤·도승지·우의정·영의정 등을 지냈으며, 효종 때에 대동법을 실시하게 하였고 실학자 유형원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저서에 《구황촬요》, 《잠곡필담》등이 있다.
**이수광(李睟光): 조선 중기의 문신·학자(1563~1628). 자는 윤경(潤卿). 호는 지봉(芝峯). 이조 판서를 지냈으며, 사신으로 여러 차례 명나라에 다녀오면서 천주교 지식과 서양 문물을 소개하여 실학 발전의 선구자가 되었다. 저서에 《지봉유설》, 《채신잡록(采薪雜錄)》등이 있다.
**정태화(鄭太和): 조선 인조 때의 문신(1602~1673). 자는 유춘(囿春). 호는 양파(陽坡). 영의정을 지냈으며, 병자호란 후 소현 세자를 따라 선양(瀋陽)에 가서 재주와 문명을 떨쳤다. 저서에 《양파유고(陽坡遺稿)》, 《양파연기(陽坡年記)》가 있다.
백창우 시인은 이 팍팍한 세상살이를 소주, 생맥 한잔 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닐세 에서 술에 코 박고 우는 친구를 위로하고 있다.
울지 말게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개똥 같은 희망이라도 하나 품고 사는 건 행복한 거야
날마다 어둠 아래 누워 뒤척이다, 아침이 오면
개똥 같은 희망 하나 가슴에 품고
다시 문을 나서지
바람이 차다고, 고단한 잠에서 아직 깨지 않았다고
집으로 되돌아오는 사람이 있을까
산다는 건, 참 만만치 않은 거라네
아차 하는 사이에 몸도 마음도 망가지기 십상이지
화투판 끗발처럼, 어쩌다 좋은 날도 있긴 하겠지만
그거야 그때 뿐이지
어느 날 큰 비가 올지, 그 비에
뭐가 무너지고 뭐가 떠내려갈지 누가 알겠나
그래도 세상은 꿈꾸는 이들의 것이지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고 사는 삶은 얼마나 불쌍한가
자, 한잔 들게나
되는 게 없다고, 이놈의 세상
되는 게 좆도 없다고
술에 코 박고 우는 친구야
[출처] 술!!! 그 정겨운 이름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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