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일수록 더 냉철하게 움직여라
일본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한번은 잘생기고 건장한 청년이 전보를 전하러 왔다며 모 영화제작소 분장사의 집에 뛰어들었다.
청년이 여자 분장사의 목에 비수를 들이대며 협박했다.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네 능력껏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데,
그것 때문에 목숨까지 위태롭게 하고 싶지는 않겠지?”
분장술이 뛰어난 그녀는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물었다.
“난 감옥에 갇혀 지낸지 반년이 넘었어.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옥살이가 싫어서 오늘 뛰쳐나왔는데,
다신 그 망할 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그러니 당신이 나를 분장해줘야겠어. 내 어머니도 날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말이야.”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네요.”
여자 분장사는 곧 그 청년을 분장해주었는데, 얼마 후 거울 속에는 검실검실한 중년남자의 얼굴로 바뀌어
있었다.
“역시 나도 깜빡할 정도로군, 좋았어!”
탈옥수는 매우 흡족해하며 그녀를 밧줄로 꽁꽁 묶고 입에는 재갈을 물려놓은 다음 유유히 그곳을 떠났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경찰들이 찾아와 여자 분장사를 풀어주며 말했다.
“당신 덕분에 탈옥수를 쉽게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많이 놀라셨죠?”
여자 분장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사람, 멀리 못 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녀는 탈옥수에게 길거리에 붙어 있는 현상수배자의 몽타주와 똑같은 모습으로 분장해주었던 것이다.
그러니 꼼짝없이 경찰의 검문에 걸려들 수밖에. 처음에 경찰들은 그를 현상수배자로 알고 검거를 했는데,
알고 보니 탈옥수였던 것이다.
돌발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당황하여 얼굴색이 달라진다면 일에 도움이 되지 못할뿐더러 더욱 곤란한 처지로 내몰리기까지 한다. 유일한 방법은 냉정하게 처리하는 것이다. [판원치옹의 지낭의 즐거움에서]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을 차리라고’했던가?
[출처] 당신이 나를 분장해 줘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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