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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

나무

by 까망잉크 2010. 8. 18.

                                                          

나무 /조병화

외로운 사람아,
외로울 땐 나무 옆에 서 보아라
나무는 그저 제자리 한 평생
묵묵히 제 운명, 제 천수를 견디고 있나니
너의 외로움이 부끄러워지리

나무는 그저 제자리에서 한 평생
봄, 여름, 가을, 겨울 긴 세월을
하늘의 순리대로 갈아가면서

상처를 입으면 입은 대로 참아내며
가뭄이 들면 드는 대로 이겨내며
홍수가 지면 지는 대로 견디어내며
심한 눈보라에도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고
의연히 제 천수를 제 운명대로
제자리 지켜서 솟아 있을 뿐

나무는 스스로 울질 않는다
바람이 대신 울어준다
나무는 스스로 신음하질 않는다
세월이 대신 신음해 준다

오, 나무는 미리 고민하지 않는다
미리 근심하지 않는다.

저 제 천명을 다하고 쓰러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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