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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

갈 대

by 까망잉크 2012. 11. 22.

 

갈 대  
          /이정님


허허벌판에 홀로서
바람에 흔들리는 건 너만이 아니다
하얗게 바랜 머리카락 빗질하다가
다 부질없는 짓이라고
쓸쓸해 하는 건 너만이 아니다

아직은 해야 할 말이
아직은 가슴 우려낼 사랑도
조금은 남아 있어
돌아눕는 세월 끝자락에 매달려
흔들이는 건 너만이 아니다

기우는 해는 내 삶의 후회처럼 붉은데
날아가는 바닷새 한 마리
허공 속에 울음소리 풀면
먼 데 산기슭에서
사각사각 서리 돋는 소리로
울고 싶은 건 너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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