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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 저런 아야기

[남도일보]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11/12

by 까망잉크 2023. 4. 30.

[남도일보]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제11회) 정씨 점쟁이

입력 2020. 11. 05 18: 37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봄볕이 푸근하게 쏟아지는 마당을 지나 큰방 마루에 도착하니 아니나 다를까 점을 보러온 아낙들이 방안에 콩나물시루처럼 빼곡히 가득 앉아있는 듯 신발이 여러 켤레 토방에 놓여있었다.

“어르신 계신가요?”

신씨 부인이 방문 밖에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누구 또 점 보러 오셨남?”

방안에 있던 중년의 여인이 벌컥 문을 열고 말했다.

“예, 제가 어려운 가정사가 있어서.........”

신씨 부인이 말하며 방안으로 들어섰다.

“허어!?점 볼 것 없어!?그것 참 모든 것이 다 잘 해결되었구만!”

서너 명의 아낙들에게 둘러 싸여 아랫목에 앉아있는 수염이 허연 노인하나가 신씨 부인 얼굴을 떡 올려다보더니 대뜸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가 그 용하다는 정씨 점쟁이 영감이었던 것이다.

신씨 부인을 지긋이 쏘아보는 그 눈매가 송곳 끝처럼 매서운 데가 있었는데 다시 보니 마치 세상의 도(道)를 다 깨달은 자처럼 온화한 인상의 순일무잡(純一無雜)한 얼굴이었다.

“무 무엇이........해해 해결되었다는 것인가요?”

아직 점을 볼 내용도 말하지 않았는데 모든 것이 다 해결되었다니 신씨 부인은 느닷없는 말에 정씨 점쟁이 영감을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더듬거리며 말했다.

“지금 젊은 새댁이 산길을 지나오면서 큰일을 당하고 오는 것 아닌가!”

“예! 무무........무 무슨 일을요?”

‘헉! 그놈에게 방금 당한 그 몹쓸 일은 나와 하늘과 그 천벌 받을 놈 외에는 절대로 아무도 몰라야 할 일이 아니던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신씨 부인이 금세 얼굴이 새빨간 홍당무가 되어 화들짝 놀라 모기만한 소리로 더듬거리며 겨우 말했다.

“방금 그 사내놈은 그곳에서 몇 발짝 가지 못하고 급살을 맞아 바로 죽었어! 지금 집으로 돌아가면서 저고리를 거꾸로 입고 그 사내놈 시체 앞에서 ‘아이고!?아이고!?아이고!’하고 딱 세 번만 곡을 하고 가! 그렇게 하고 집에 가보면 남편 병이 다 나았을 것이야!”

‘뭐라고! 저 자가 지금 귀신인가? 사람인가?’

저 정씨 점쟁이 영감이 마치 신씨 부인이 방금 전 저 산 고개 마루에서 흉악한 사내놈에게 붙들려 몹쓸 짓을 당한 그 일을 마치 두 눈으로 직접 보기라도 한양 말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운이 좋지 못하여 어쩔 수없이 못된 놈에게 당한 일은 당한 일이라 치더라도 저 정씨 점쟁이 영감의 말처럼 곧 숨이 넘어 갈 것만 같은 남편의 몸이 다 나았다고 한다면 그 이상 좋은 일이 없지 않겠는가!

<계속>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제12회) 신선한 기적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그 말을 들은 신씨 부인은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그만 엉거주춤 방안에 앉지도 못하고 엉겁결에 간다는 인사말도 못한 채 그만 정씨 점쟁이 영감 집을 허겁지겁 빠져 나오고 말았다.

그런데 그 흉악한 짓을 당한 그곳을 다시 지나가며 그놈이 죽어 자빠진 것을 보고 ‘아이고!’ 하고 저고리를 거꾸로 입고 곡을 세 번하고 가라니 겁이 나고 공포가 밀려와 도무지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 흉한 작자의 죽은 몰골을 어찌 볼 것인가? 그러나 그것이 자신이 반드시 치러내야만 할 운명이라면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기꺼이 그리해야했다. 그리만 하면 남편의 병이 씻은 듯이 낫는다 하지 않은가! 신씨 부인은 마음을 다잡으며 입을 앙 다물었다. 그리고는 집을 향해 곧바로 나는 듯 길을 달려갔다.

그렇게 바삐 걸어가는 신씨 부인이 어느새 못된 사내놈에게 봉변을 당했던 산 고개 마루 풀숲 언저리에 당도했다. 신씨 부인은 정씨 점쟁이 영감 말을 떠올리며 정말 그 말이 맞을까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언저리를 샅샅이 눈여겨 살펴보았다.

자신을 강탈해 욕보인 그 흉악한 사내놈이 그 곳 풀숲 언저리 어디쯤에 급살을 맞아 고꾸라져 죽어있다지 않았는가?

신씨 부인이 조심조심 풀숲 아래 소나무 바위 쪽으로 난 길을 유심히 살펴보니 거기 하얀 옷깃 같은 게 희미하게 보였다.

두려움으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살금살금 그리로 가보니 거기 검은 수염이 온통 얼굴에 돋아난 웬 시꺼먼 사내가 두 눈을 하얗게 뜨고 죽어 나자빠져있지 않은가!

신씨 부인은 크게 날숨을 들이쉬며 두려운 마음을 애써 가다듬고는 정씨 점쟁이 영감이 시킨 대로 얼른 저고리를 벗어 거꾸로 입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하고 허리를 구부려 세 번 곡을 했다.

그리고는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얼른 뒤돌아서서 잽싸게 몸을 빼고는 집 가는 길로 쏜살같이 내빼듯 뛰어 달렸다.

흉악한 꼴을 본 신씨 부인은 자꾸 쿵쾅쿵쾅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정말 남편의 병이 다 낫기 만을 바라며 뛰는 듯 나는 듯 잰 걸음을 재촉하며 부리나케 집을 향해 달려갔던 것이다.

한참 만에 헐레벌떡 집에 당도한 신씨 부인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곧바로 방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남편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침에 집을 나설 때는 방안에 죽은 듯이 누워있던 남편의 얼굴에 생기가 도는 듯 벌겋게 보이는데 허겁지겁 달려 들어간 신씨 부인을 보고는 배가 고프다며 얼른 먹을 것을 달라고 말을 하지 않는가!

<계속>

 

출처 : 남도일보(http://www.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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