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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 저런 아야기

[남도일보]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13/14 <제4화>기생 소백주 (제13회) 운명

by 까망잉크 2023. 5. 1.

[남도일보]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제13회) 운명

입력 2020. 11. 09. 18: 41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백약이 무효이던 남편이 도대체 무슨 까닭으로 이렇게 건강이 회복했단 말인가? 다 죽어가던 남편이 살아나자 신씨 부인은 신기한 기적(奇蹟)을 만난 듯 뛸 듯이 기뻤다. 생각해 보니 그날 복채도 주지 못하고 온 그 신통한 정씨 점쟁이 영감에게 무어라도 보답을 해야만 했다.

마음을 정한 신씨 부인은 장날 십리 밖 멀리 있는 고을의 장에 나가 맛있는 음식을 골고루 샀다. 떡이며 고기며 각종 생선을 정성을 들여 바리바리 장만하고 또 술을 맛있게 빚어 머리에 이고 손에 들고 어느 날 아침 정씨 점쟁이 영감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리러 갔다.

신씨 부인이 음식을 머리에 이고 손에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정씨 점쟁이 영감 집에 들어서자 방안에 있던 점을 보러 온 아낙들이 나와 맞았다.

“젊은 새댁이 무슨 맛난 이바지를 이렇게 많이 가져 오냐!”

늙은 아낙이 떡 바구니를 받으면서 말했다.

“저 어르신이 점을 하도 잘 쳐 줘서 다 죽어가던 우리 남편이 살아나 고마워서 좀 드시라고 가져 왔네요.”

신씨 부인이 말했다.

“아이구! 안 가져와도 괜찮은데 새댁이 뭘 이런 귀한 것을 멀리서 힘들게 다 해왔다냐!”

정씨 점쟁이 영감이 음식바구니를 열어보며 말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어르신, 제 남편이 병이 다 나아 이제 건강하게 생활을 합니다.”

신씨 부인이 말했다.

“사실은 그날 새댁의 관상을 보니 남편을 죽일 상부(喪夫)할 팔자였어. 그런데 그날 그 산에서 만난 그 놈이 새댁과 강제로 부부 연을 맺는 바람에 그 상부할 살을 대신 맞고 죽어간 거야! 사냥꾼이 꿩을 보고 화살을 쏘았는데 동시에 꿩을 노리고 날아오던 매가 꿩 대신 화살을 먼저 맞고 죽어버린 거지! 그래서 남편이 살아난 것이야! 기가 막힌 우연이지! 사람의 힘으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그런 일을 운명이라고 하지! 다 하늘이 정한 일이야!”

정씨 점쟁이 영감이 신씨 부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천하의 모든 물체는 다 자신의 운명(運命)을 타고 태어나서 그 운명의 길을 살다가 간다고 하는데, 그러한 일정한 성향이 없다고 한다면 자연과 우주는 질서를 잃어버리고 무질서 속에서 상호 충돌하여 찰나에 사라져버리고 말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인생사 또한 우리가 알지 못할 내밀한 법칙이 내재되어 있어 실상은 그러한 길을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기에 자연과 세상일에 형통(亨通)한 현자(賢者)들이 세상사나 인생사의 미래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먼저 알아보고 그것을 미리 예견하거나 현재를 고쳐나가기도 하는 것인데 과연 신통하지 않은가! <계속>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제14회) 경상도 김선비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충청도 부여 땅에서 왔다는 입담 좋기로 소문 난 조선비가 용한 정씨 점쟁이 이야기 한 자락을 풀어놓자 그 이야기를 열댓 명이나 함께 엉겨 듣고 있던 각지에서 올라온 선비들이 그 신통력에 놀라 다들 한마디씩 했다. 경상도 상주 땅에서 온 김선비도 그 틈에 끼어 이야기를 듣고는 탄성을 질러댔다.

“허어! 정씨 점쟁이 영감 정말 용한 점쟁이네!”

“사주를 뽑아 보지도 않고 관상을 보는 것만으로 단박에 길흉을 예측하다니 대단하네!”

“남편이 죽어나갈 상부할 사주인데 그 못된 놈이 대신 맞고 죽어 나갔구만!”

“잘됐네! 잘됐어! 못된 놈이 대신 급살을 맞아 죽어서!”

“으음!........사람이 본시 자신의 타고 난 운명을 피해가기가 그렇게 힘이 드는 것이야!”

김선비가 한양 땅 이곳 이정승의 사랑채에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선비들과 어울려 머문 것도 그새 삼년이었다. 이 방안에 있는 자들은 모조리 이 집 주인 이정승의 눈에 들어 지방의 미관말직(微官末職)이라도 얻어가려는 선비들이었다.

그런데 정말 지금 신씨 부인 이야기를 한 저 조선비의 말처럼 사람의 운명이란 게 과연 정해져 있는 것일까?

삼년 동안 이 나라의 권세를 틀어쥐고 있는 이정승만을 바라보며 김선비는 어디 지방의 작은 벼슬자리라도 하나 얻어 금의환향(錦衣還鄕) 해볼까 하고 사랑채에 뒹굴며 이제나 저제나 밤낮으로 학수고대하며 기다렸건만 이제껏 감감 무소식이었던 것이다.

어디 정말 정씨 점쟁이만큼 용한 점쟁이라도 있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찾아가 보고 자신에게 관운(官運)이 없다고 한다면 이제 그만 모든 기대를 접고 낙향(落鄕)을 해야 옳을 듯만 싶기도 했다.

그런저런 고민에 깊이 빠져 있는 김선비의 고향은 경상도 상주 땅이었는데 이름은 유경이었다. 뼈대 있는 사대부 집안에서 태어난 김선비는 당시 사대부집안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모두 가야할 길인 학문을 연마하여 과거에 급제하기 위한 길을 갔다.

어려 천자문을 배우고 소학, 대학 등 사서삼경을 두루 배워 익히면서 임금 앞에 나아가 과거시험을 보고 떡하니 급제하여 벼슬자리를 얻어 관리의 길을 가는 것 그것이 유일한 꿈이었던 것이다.

훤한 이마에 얼굴이 둥그스름 두 눈에 촉기가 빛나는 총명하게 잘 생긴 김선비는 어려 글을 아주 잘했다. 서당에서 글공부를 가르치는 스승도 김선비는 반드시 과거에 급제하여 높은 벼슬자리를 얻을 거라고 확신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김선비의 글공부는 열다섯에 이웃마을 이씨 처녀와 혼인하고 나서 더욱 늘게 되었다. 밤낮으로 서방님 글공부 열심히 하라고 마음으로부터 정성을 드리며 내조하는 아내의 덕분에서인지 김선비의 문장은 하루가 다르게 도란도란 거침없이 흐르는 산골짜기 물처럼, 바다를 향해 도도히 흐르는 강물처럼 그침 없이 일취월장(日就月將) 하는 것이었다.

<계속>

출처 : 남도일보(http://www.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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