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노천명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지붕에 박 넝쿨 올리고
삼 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 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삼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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