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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

세 월

by 까망잉크 2013. 1. 2.

 

                                                                                                                                  

 

세 월    
 
 /: 이정님


그대로 떠밀려
너와 동행 했을 뿐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나도 모른다.

내가 발가벗고 세상에 나왔을 때의
신비롭던 첫 울음을
세상을 다 품은 듯 꿈 많던 소녀시절을
울음을 흘리며 부대껴 하던
청 장 년 그 세월을
난 그대로 너의 반사일 뿐.
그저 세월이라는 차에
이 몸뚱이 맡기고
오랜 여행을 했었다는 것을 알 뿐
그 외는 나도 모른다.

누가 가라고 해서 온 길도
내가 오고 싶어서 온 길도 아니지.
눈 코 가 번개 같던 그 많던 일들도
바람 소리 나던 나들이도
모두 숨어 버렸다
이젠 헐렁한 시간 조율하며
마지막 너를 조문하란다.
세월아 고맙다.
나와 함께 해주어 외롭지 않았다.
                                                                                                           
마지막 가야 하는 길엔
하늘을 우러러
눈발을 보았으며 좋겠구나
내 세월의 빛깔에 곱게 단장을 시키고
안동포 고운 옷 한 벌 준비되면
너와의 이별을 멋들어지게 해주마.
내 평생의 반려자 세월아
우린 서로 드려다 보며
후회없이 살았다.
널 많이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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