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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503

[살며 생각하며]청보랏빛 들꽃 정원 [살며 생각하며]청보랏빛 들꽃 정원 문화일보입력 2023-05-19 11:40프린트댓글0폰트공유 유연숙 수필가, 괴산 농부 붓꽃 행렬,여름 알리는 팡파르 초록빛 비비추와 만나면 환상 순수한 들꽃·옥수수 물결 풍경 내 취향에 딱 맞는 최고의 정원 자연으로 돌아온 20년 돌아본다 하고 싶은 대로 잘 살고 있을까 비 갠 아침이라 연초록이 선명하다. 이렇게 맑은 날엔 멀리 음성까지 내려다보이는 천상의 공간. 마루에 나와서 커피 한잔하다가 호미를 꺼내 들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마치 일을 하다 새참으로 차를 한잔 마신 양 호미 들고 풀을 뽑고 있다. 이 시간이 제일 행복하다. 별꽃을 뽑을까 망설이다가 그냥 꽃을 한번 보고 뽑기로 한다. 예쁘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본래는 풀이었음에도 꽃이 .. 2023. 5. 21.
[시로 여는 수요일] 꽃밥 [시로 여는 수요일] 꽃밥 입력2023.05.17. 오전 7:31 엄재국 ​ 꽃을 피워 밥을 합니다 ​ 아궁이에 불 지피는 할머니 ​ 마른나무에 목단, 작약이 핍니다 ​ 부지깽이에 할머니 눈 속에 ​ 홍매화 복사꽃 피었다 집니다 ​ 어느 마른 몸들이 밀어내는 ​ 힘이 저리도 뜨거울까요 ​ 만개한 꽃잎에 밥이 끓습니다 ​ 밥물이 넘쳐 또 이팝꽃 핍니다 ​ 안개꽃 자욱한 세상, 밥이 꽃을 피웁니다 꽃을 피워서 밥을 짓다니 마법처럼 보입니다. 할머니의 부지깽이가 아궁이 드나들 때마다 마른 가지들이 꽃을 활활 피워내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나무들의 마지막 꽃이 불꽃인 줄도 새삼 알겠습니다. 오월의 이팝나무 꽃이 밥물이 넘쳐서 피운 걸 알겠습니다. 세상에 안개가 자욱한 것은 돋보이게 할 어떤 꽃을 준비한 까닭일.. 2023. 5. 18.
여름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97〉 여름밤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97〉 나민애 문학평론가 입력 2023-05-06 03:00업데이트 2023-05-06 03:00 하늘의 별들이 죄다 잠을 깬 밤. 별인 양 땅 위에선 반딧불들이 술래잡기를 했다. 멍석 핀 마당에 앉아 동네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빗자루를 둘러메고 반딧불을 쫓아가면, 반딧불은 언제나 훨훨 날아 외양간 지붕을 넘어가곤 하였다. 반딧불이 사라진 외양간 지붕엔 하얀 박꽃이 피어 있었다. ―강소천(1915∼1963) 어린이날은 단 하루뿐이지만 사실 어린이의 모든 나날은 전부 어린이날이다. 그들은 날마다 행복하게 웃고 떠들고, 씩씩하게 뛰어놀고, 안전하게 오고 가야 한다. 어른이 지켜야 할 것에는 국방이라든가 법규만 있는 건 아니다. 우리는 맑은 눈, 말랑한 손바닥, 보송한 .. 2023. 5. 6.
헛나이테 [경남일보] 강재남의 포엠산책(92) 헛나이테(양진기) 승인 2023.03.26 18:01 ‘낮술 환영’에 들어선 목포홍탁집 ​ 아줌마가 연분홍 홍어살을 저미고 있네 ​ 그녀의 속살도 한때는 저리 뽀얏을 거야 ​ 서비스로 애탕을 내오는 소매를 잡고 ​ 손님도 없는데 한 잔 허요 ​ 막걸리를 따라주자 넙죽 잘도 마시네 ​ 한 잔 들어가자 오래된 술친구처럼 ​ 묻지도 않은 딸 자랑에 ​ 젊은 시절 사진을 지갑에서 꺼내 보여주네 ​ 곰살궂은 친구가 뭔 띠요 누님 같은디 ​ 민증 까까? ​ 옥신각신하다가 민증을 보여주네 ​ 또래라 생각했던 아줌마 ​ 일곱 살이나 어렸네 ​ 모진 풍파로 뿌리가 몇 번이나 흔들렸을까 ​ 근심으로 푸른 잎을 얼마나 떨구었을까 ​ 끓던 애탕이 식어 거북등이 되고 있네 ​ 오빠들, 또 .. 2023. 4. 5.
[세계일보] [박소란의시읽는마음] 봄 함명춘 입력 : 2023-03-27 23:37:38 수정 : 2023-03-27 23:37:36 ​ 눈부신 햇살로 다가와도 본체만체 뒤돌아서니까 이번엔 비가 되어 온다 삐걱이는 복도를 조심스럽게 빠져나오듯 발뒤꿈치를 들고 내 손을 잡아달라고 이제 그만 문을 열고 나와 나를 안아달라고 나와 함께 젖어 흐르자고 끊어질 듯 끊어질 듯한 목소리로 며칠 몇 밤을 그렇게 뜬눈으로 그러나 젖는 건 네 파인 눈과 네 텅 빈 가슴일 뿐 오늘도 내 집 몇 바퀴를 돌다 고갤 떨구고 휘적휘적 골목 어귀를 돌아나가는 봄이여 어제는 활짝 핀 개나리를 봤다. 누군가 전송해 준 사진 속에서. 홀린 듯 꽃 곁으로 다가가 여러 번 셔터를 눌렀을 한 사람의 모습이 그려져 잠시 웃기도 했으나… 꽃 한 .. 2023. 4. 2.
혼자에 대하여 [유희경의 시:선(詩:選)]혼자에 대하여 입력2023.03.29. 오전 11:40 ‘혼자 먹는 밥이 서럽고 외로운 사람들이 막막한 벽과 겸상하러 찾아드는 곳 ​ 밥을 기다리며 누군가 곡진하게 써내려갔을 메모 하나를 읽는다 ​ “나와 함께 나란히 앉아 밥을 먹었다” ​ 그렇구나, 혼자 먹는 밥은 쓸쓸하고 허기진 내 영혼과 함께 먹는 혼밥이었구나’ ​ - 이덕규 ‘혼밥’(시집 ‘오직 사람이 아닌 것’) ​ 서점을 하기 전만 해도, 식사는 함께하는 일이었다. 끼니란 배 속에 들어가면 다를 바 없는 것이니 자리의 즐거움이 우선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직장 생활의 가장 큰 즐거움은 팀원들과 나누는 점심시간의 환담이었으며 누군가는 불편하다는 회식을 마다한 적도 나는 없었다. ​ 서점을 운영하고부터는 함께할 사람이 .. 2023. 3.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