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507 석양의 눈빛 석양의 눈빛 /시인 김중열 불타던 그대 눈빛 보라빛으로 그림자 마저 사라져 가는 그대 목련처럼 봄꽃처럼 맑고 밝게 피어 오르던 그 옛날 그 기억속 숨길마저 가쁜 그대 겨울을 지나 저마다 기지개를 펴고 하늘향해 노래하건만 그대 앙상한 가지 언제나 푸르려나 봄바람도 보슬비도 그대는 기쁘지 아니한가 석양은 어둠속으로 잠시 잠들지만 또다시 찾아오는데 그대는 멀리 멀리 떠나시려나 2022. 6. 3. 담벼락 틈새에 피어난 꽃 [최영미의 어떤 시] [72] 담벼락 틈새에 피어난 꽃 (Flower in the Crannied Wall)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입력 2022.05.30 00:00 갈라진 담벼락에 피어난 꽃이여, 틈새에서 너를 뽑아 내 손에 들었네, 여기 너의 뿌리며 모두 다 있네, 작은 꽃-네가 무엇인지, 너의 뿌리와 전부를 내가 이해할 수 있다면, 신과 인간이 무엇인지 알게 되겠지. -알프레드 테니슨(Alfred Tennyson·1809~1892) 그림=이철원 길을 걷다가 담벼락 틈새에 피어난 작은 꽃을 보고 황홀해하던 기억이 누구든 있을 것이다. 벽이든 아스팔트 바닥이든 자그마한 틈새만 있어도 뿌리를 내리는 그 강인한 생명력. 꽃밭에 오종종 모여 있는, 화훼 전시장에 진열된 화려하고 늠름한 꽃들보다 우연히 .. 2022. 5. 30. [시인의 詩 읽기]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시인의 詩 읽기]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입력 : 2022-04-01 00:00 봄날입니다. 꽃의 시간입니다. 꽃 앞에서 스마트폰이 바빠지는 시절입니다. 꽃,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 가운데 하나가 김춘수의 ‘꽃’입니다. 국민 시, 청춘의 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사춘기나 성년식을 저 시와 함께 통과하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아주 외롭거나 아니면 정말 강한 사람이라고 말해도 무방합니다. 우정과 연애, 만남과 이별 사이에 저 시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그 관계는 조금 싱거웠을 겁니다. 저 시에서 저는 꽃보다 이름과 이름 불러주기에 눈길이 더 갑니다. 우리 안에는 누구나 시의 마음이 있는데, 그것을 달리 말하면 이름을 붙여주는 능력이겠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저 시를 제 방식대로 읽어왔습니다. 예컨.. 2022. 5. 27. 사랑의 빛 사랑의 빛 임흥윤 사랑의 빛 어두운 골목 서성일 때 빛으로 다가와 이정표 되어준 고마운 친구 차가운 바람에도 곱기만 한 세상이기를 사랑 정원 만들어 아름답기를 묵언의 성자처럼 침묵하고 있을 땐 심정의 향기를 품은 시 꽃으로 네가 내 곁에 있어 외롭지 않구나 사랑의 빛 나만의 친구가 아닌 모두의 친구여서 참 좋다 2022. 5. 24. 벚꽃 지다 [경남신문] [시가 있는 간이역] 벚꽃 지다- 김승봉 기사입력 : 2022-05-12 08:02:59 삶이 허무했다. 실패한 혁명가들 세상을 뒤엎자며 다짐했던 사람들 날리는 꽃잎의 장례 대지는 축복한다. ☞ 근현대사를 둘러싼 논쟁의 단초가 되는 개화기를 무대로 한 작품 ‘벚꽃 지다’는 개화사상은 물론 우리 현대사까지를 함축하고 있다. 우리의 근대사가 벚꽃의 역사서에서 고스란히 읽혀진다. 벚꽃이 피었다 지듯 정권이 바뀔 때마다 똑같은 인물과 사상을 놓고도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가 교차되는 이념과 논쟁이 난무해왔다.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오는 계절의 길목에서 세상을 온통 꽃빛으로 물들이던 이 땅의 개화기는 우리가 누리고 있는 지금 이 계절의 출발선이었던 만큼 그 시대를 그때의 상황으로 이해하는.. 2022. 5. 18.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아버지, 거시기/김정숙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아버지, 거시기/김정숙 입력 :2022-05-12 20:24ㅣ 수정 : 2022-05-13 04:16 아버지, 거시기/ 김정숙 그이의 등목을 해주다가 앙상하게 마른 아버지의 잔등을 지켜보네 쥐 잡듯이 자식들을 키우시던 아버지 걸핏하면 부리부리한 눈 부릅뜨시던 아버지, 세상에서 제일 무섭던 아버지 늙어 꼬부라진 뒤에는 내게 몸을 맡기셨지 내 몸 좀 씻겨다오 목욕 좀 시켜다오 목욕 다 마치도록 끝내 팬티는 못 벗으시다가도 아버지 괜찮아요 제게 맡기세요 그런 뒤부터는 며느리에게는 못 맡겨도 내게는 몸을 맡기시던 아버지, 거시기 이제는 아버지 거시기도 훠이훠이 저 세상으로 날아갔고, 오늘 욕실에서는 아버지 대신 그이의 등목을 해주네 그이의 여윈 등 자가격리 일주일 동안 걱정이 있었다... 2022. 5. 16. 이전 1 ··· 18 19 20 21 22 23 24 ··· 8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