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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식이 이야기外 더 오래82

[더,오래] 싸운다, 사랑하니까(4) [더,오래] 싸운다, 사랑하니까(4) 이미지크게보기 [일러스트 강인춘] 결혼은 왜 하니? “어머! 난 몰라, 8시 반이잖아.” 속상했다. 남편에게 미안했다. 나는 또 늦잠을 자고야 말았다. 남편은 어제 아침과 똑같이 오늘 아침에도 물 몇 방울 찍어 바르는 고양이 세수를 하고, 와이셔츠, 양말, 대충 꿰어 입고 신은 채 출근 가방 챙겨 들고 현관문 박차고 뛰어나갔다. 그러더니 순간, 탁~! 하고 다시 현관문이 열렸다. “어머, 어머! 자기야, 또 뭘 잊은 거야?” 남편은 나의 말끝도 채 듣지 않고 내 허리를 잽싸게 잡아챘다. 그러고는 번개처럼 입술에 뽀뽀를 마구 퍼부었다. “아무리 바빠도 할 건 하고 가야징~” 남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시 바람처럼 휑하니 밖으로 사라졌다. “어머? 어머? 이게 뭐지?”.. 2022. 5. 12.
[더,오래] 싸운다, 사랑하니까(3) [더,오래] 싸운다, 사랑하니까(3) [일러스트 강인춘] 이제 막 결혼식을 끝낸 부부의 자화상 이제 막 결혼식 행사를 끝내고 아내와 함께 팔짱을 끼고 퇴장하는 남자는 옆에 있는 아내의 얼굴을 힐끗 돌아보고는 기겁을 했다. 아내는 ‘악녀’의 얼굴로 변해 미소 짓고 있었다. “히히히. 내 남자야! 이제부터는 내 마음대로 너를 요리할 수 있어. 부디 내 명령에 항명하지 말고 무조건 따라야 해. 나는 항상 네 위에 군림하는 여왕이니까.” 아내, 아니 악녀의 미소 뒤에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순간 남자는 고민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아뿔싸! 결혼식 도로 물려? 아니면 싸워 이겨?’ 그로부터 남자의 고민은 1년, 아니, 10년, 20년이 지나 50, 60년의 무수한 세월이 지났어도 변치 않고 그대로 계속되었다. .. 2022. 5. 4.
[더,오래] 싸운다, 사랑하니까(2) 강인춘구독 [더,오래] 싸운다, 사랑하니까(2) [일러스트 강인춘] 세상에 싸우지 않는 부부는 없다 “너는 항상 그랬잖아?” “자기는 뭘 잘했는데?” “미쳐요!” “미치다니? 그걸 말이라고 해?“ “쿵!” “쾅!” 결혼하면 부부 중에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일상의 지뢰밭이 주위에 널려있다. 그것은 양말, 치약, 수건의 자질구레한 것에서부터 시가, 시부모, 처가, 술, 명품 백 등등의 크고 작은 지뢰들이다. 부부 싸움은 대게 이런 것들을 무심코 밟아서 터지기 시작한다. 세상에 싸우지 않는 부부는 없다고 한다. 태초에 아담과 이브에서부터 19세기를 지나 오늘에까지 줄곧 1도 변함없이 부부의 전쟁은 끈임없이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어쩌면 지구가 멸망하는 그 순간까지도 바퀴벌레가 죽지 않는 것처럼 ‘부부 싸.. 2022. 4. 27.
[더,오래] 싸운다, 사랑하니까(1) [더오래]팔순 노인이 신세대에게 쓰는 사랑의 텍스트북 중앙일보 입력 2022.01.04 13:00 강인춘구독 [더,오래] 싸운다, 사랑하니까(1) [일러스트 강인춘] "싸운다! 사랑하니까" 타이틀 그대로 우리 부부는 젊은 날, 미운 정 고운 정으로 수많은 날을 숱하게 싸워왔다. 그러면서도 팔순이 넘는 이 나이까지 서로 떨어지지 않고 끈끈하게 붙어 있는 걸 보면 아내나 나나, 그 본바탕에는 '사랑하니까'라는 이름의 진분홍 색깔의 하트(hart)가 변색을 마다하는 앙탈을 부리고 있는 것 같다. 아직도 그 흔한 '졸혼(卒婚)' 마저 하지 못하고 촌(?)스럽게 꽁꽁 붙어사는 걸 보면 말이다. 이제 나는 부끄러움도 잊은 채 '싸운다'라는 낯 뜨거운 부부 애증의 많은 기억을 이곳에 한 장씩 펼치려고 한다. 혹시라도.. 2022. 4. 18.
[더오래]술 취해 늦게 귀가한 남편에게 딸 “누구세요? 아저씨” [더오래]술 취해 늦게 귀가한 남편에게 딸 “누구세요? 아저씨” 중앙일보 입력 2021.12.21 13:00 강인춘구독 [더,오래] 강인춘의 깍지외할미(51) [일러스트 강인춘] 갑자기 변한 아내의 존댓말 “누구세요? 아저씨, 집 잘못 찾아온 것 같은데요.”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현관문을 살그머니 열고 들어오는 남편. 그 남편에게 나는 평소와는 달리 정색을 하고 극존칭을 써가며 남편에게 물었다. 얼큰히 술에 취한 남편은 몸을 비틀거리다 움찔 놀란다. 벌겋던 얼굴색이 금방 파랗게 변하면서 현관에 서 있는 내 얼굴을 뚫어지도록 빤히 쳐다본다. “나~, 나란 말이야! 자기 남편도 몰라~” “처음 보는 아저씨인데요. 누구세요?” “정말 왜 그래? 당신! 나 술 취하지 않았단 말이야.” ㅋㅋㅋ…. 겉모습과는 반대.. 2022. 4. 1.
[더오래]설거지 못한다고 꾸짖는 [더오래]설거지 못한다고 꾸짖는 아내에 베란다로 나간 남편 중앙일보 입력 2021.12.07 13:00 업데이트 2021.12.07 16:04 강인춘구독 [더,오래] 강인춘의 깍지외할미(49) [일러스트 강인춘] “어머머? 아휴~! 아무리 남자라도 그렇지 이걸 설거지라고 해놓고 폼 잡는 거야? 여기 좀 봐. 닦아놓은 그릇에 세제 물이 줄줄 흘러내리잖아. 자긴 설거지 연습도 안 하고 결혼한 거야?” 옴마? 지집아야! 거시기 그게 먼말이여? 시방 니 주둥이로 내뱉은 말이 뭔 말이냐고 어메가 묻잖혀. 참말로 시상이 뒤집어진 거여? 즈그 냄편보고 설거지 연습도 허지 않고 결혼혔다니? 아무리 여자가 뻗대는 시상이라도 글치 시상 천지에다 대고 물어봐라. 냄자가 설거지 연습하고 갤혼한 남자가 어데 있느냐고? 지집아가.. 2022.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