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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507

사랑 표현 / 사랑 표현 / 지산 고종만 그대를 만나면 두 손을 꼭 잡고 놓지 말아야지 아니야 어깨에 손을 얹고 어깨동무를 해야지 아니야 내 팔과 마주하여 팔짱을 낄 거야 아니야 내 가슴에 따뜻하게 안아 줄 거야 인연이 아니다 생각하지 않고 운명이 아니다 피하지 않을 거야 그렇게 끝까지 사랑할 거야 시집 "사랑과 시 그리고 그대" 중에서j 2022. 10. 1.
과꽃 입력 :2022-09-29 20:10ㅣ 수정 : 2022-09-29 23:15 과꽃/ 김영태 과꽃이 무슨 기억처럼 피어 있지 누구나 기억처럼 세상에 왔다가 가지 조금 울다 가버리지 옛날같이 언제나 옛날에는 빈 하늘 한 장이 높이 걸려 있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소박한 정물화 같고, 연필로 그린 밑그림에 옅은 채색만 더한 수채화처럼 맑습니다. 과꽃의 생김새나 색, 향기를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합니다. 욕심껏 말을 더하지 않고, 꼭 있어야 할 자리에 알맞은 시어를 놓아 두었습니다. 무엇 하나 뺄 것도 보탤 것도 없습니다. 조금 빈 듯이 간결하니 ‘세련’된 맛이 있습니다. 과꽃은 ‘기억처럼 피어 있고’, 누구나 세상에 와서 ‘조금 울다’ 가버립니다. 시인은 살.. 2022. 9. 30.
가을은 편지의 계절 [시가 있는 월요일] 가을은 편지의 계절 입력2022.09.26. 오전 12:05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어가고 있습니다. 그 빈 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 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이 깊은 시간 한 칸씩 비어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 당신에게 전해 달라 나무에게 줍니다. ​ - 이성선 作 '가을 편지' ​ 자고 일어났더니 가을이다. 가을은 고백하기 좋은 계절이다. 푸르렀던 날들을 뒤로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뭔가 정리해야 하는 계절이다. ​ 가을을 핑계 삼아 미처 하지 못했던 고백을 해보자. 나뭇잎 같은 편지지에 차마 못했던 말들을 적어 보내보자. ​ 가을.. 2022. 9. 29.
[최영미의 어떤 시] [88] 푸르른 날 [최영미의 어떤 시] [88] 푸르른 날 입력 2022.09.26 00:00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나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서정주(1915~2000) 송창식의 노래로 유명한 시. 아예 노래를 만들라고 지은 시 같다. 4행의 ‘초록이 지쳐’와 3행의 ‘저기 저기 저’는 똑같이 5음절. 가을 꽃 자리를 가리키려면 ‘저기 저’로 충분한데, ‘저기’를 한번 더 반복해 뒤에 오는 행과 운율이 완벽해졌다. 여고 시절 나의 애송시를 손으로 베껴 쓰다 “가을 꽃 자리” 뒤에 ‘초록이 짙어’를 입력하고는 아차!.. 2022. 9. 26.
친구가 그립다(친구이야기) 친구가 그립다(친구이야기) 뒷모습 / 나태주 ​뒷모습이 어여쁜 사람이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이다 자기의 눈으로는 결코 확인이 되지 않는 뒷모습 오로지 타인에게로만 열린 또 하나의 표정 뒷모습은 고칠 수 없다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물소리에게도 뒷모습이 있을까? 시드는 노루발풀꽃, 솔바람소리 찌르레기 울음소리에게도 뒷모습은 있을까? 저기 저 가문비나무 윤노리나무 사이 산길을 내려가는 야윈 슬픔의 어깨가 희고도 푸르다 2022. 9. 22.
초혼(招魂)/김 소월 초혼(招魂)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진달래꽃 / 초혼 1925년 매문사에서 발간한 ≪진달래꽃≫에 수록된 김소월이 지은 시. ⓒ 한국학중앙연구원 | 한국학중앙연구원 개.. 2022. 9.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