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507 메주 [이 한편의 시조] 메주 /설상수 부산시조시인협회·국제신문 공동기획 입력2022.12.01. 오전 3:03 볕 좋은 처마 밑에 온 사랑을 매달았다 햇살 한 되 바람 한 되 밤하늘 별빛도 한 되 아들딸 보고픈 마음 섣달 열흘 곰삭는 시조를 읽는 순간 어머니가 끓여주신 구수한 된장찌개가 생각납니다. 처마 밑에 메주를 매다는 어머니의 갈라진 손마디가 아른거립니다. 메주를 달면서도 자식들 생각을 얼마나 하실까요. 보고픈 마음을 꾹 누르면서 자식이 건강하도록, 하는 일이 잘 되도록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정성을 들이시지요. 매달린 메주를 보며 부모님의 사랑을 떠올리는 시인의 애틋한 마음을 읽습니다. ‘볕, 처마, 햇살, 바람, 별빛, 한 되, 섣달 열흘, 곰삭는.’ 부모님의 사랑을 .. 2022. 12. 3.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문태준 입력 :2022-11-24 20:34ㅣ 수정 : 2022-11-25 01:11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문태준 당신은 나조차 알아보지 못하네 요를 깔고 아주 가벼운 이불을 덮고 있네 한층의 재가 당신의 몸을 덮은 듯하네 눈도 입도 코도 가늘어지고 작아지고 낮아졌네 당신은 아무런 표정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네 서리가 빛에 차차 마르듯이 숨결이 마르고 있네 당신은 평범해지고 희미해지네 나는 이 세상에서 혼자의 몸이 된 당신을 보네 오래 잊지 말자는 말은 못하겠네 당신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네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을 보네 당신이 혼자 가서 울고 싶은 장소는 어디입니까. 당신은 언제 가장 큰 소리로 웃었고, 언제 회한으로 얼룩진 가슴을 문지르며 발길을 돌렸나요.. 2022. 11. 30. 11월 11월 입력 : 2022.11.21 03:00 김정수 시인 나를 한 장 넘겼더니 살은 다 발라 먹고 뼈만 남은 날이었다 당신이 나뭇가지에 매달렸던 나의 마지막 외침을 흔들어 버리면 새가 떨어진 침묵을 쪼아 올리는 것이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텅 빈 하늘 아래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목소리는 누구인가 깊고 깊어서 부스러기도 없이 뼈만 앙상하게 만져지는 기억들 미처 사랑해 주지 못했던 사랑처럼 남겨진 몇 개는 그냥 두기로 했다 오래된 노래처럼 내 귓속에서 흥얼거리며 살도록 이영옥(1960~ ) 11월 달력을 떼어내자 12월 한 장만 남는다. 벽에 걸 때만 해도 곳간에 그득한 양식 같던 한 해가 어느새 다 지나갔다는 회한에 젖는다. 회한은 반성과 자책으로 이어진다. 연초에 세운 목표는 달성했는지, 잘못한 거나 아쉬.. 2022. 11. 28. 당신 앞에서는 당신 앞에서는 - 석정희석정희승인 2022.10.29 08:40 업데이트 2022.11.01 11:45 당신 앞에서는 /석정희 아침에 나팔꽃 낮에는 해바라기 밤이면 달맞이꽃이 되는 그런 바람으로 능금나무 아래 아침을 열고 한낮의 볕을 받아 밤으로 엉기는 이슬이 되어 수줍음이 설레임으로 얼마나 많은 몸짓으로 바람을 견뎌 떨면서도 기도하는 마음 주신 님 앞에 능금빛으로 달아 오른 얼굴을 묻고 사랑합니다 입을 엽니다 - 석정희 시집 《내 사랑은》 중 - ◇ 석정희 시인은 ▷Skokie Creative Writer Association 영시 등단 ▷‘창조문학’ 시 등단, 미주시문학 백일장에서 '장원' ▷대한민국문학대상 수상, 한국농촌문학 특별대상, 세계시인대회 고려문학 본상, 유관순 문학대상, 독.. 2022. 11. 14.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Love -양봄 · 청혼 - 진은영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Love -양봄 · 청혼 - 진은영 입력2022.11.11. 오전 5:04 Love -양봄 - 130.3×141㎝, 면지에 메탈릭·아크릴, 2020 선, 면, 색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과 환경을 추상으로 표현. 12월 21일까지 서울 성동구 더블하이트갤러리 청혼 - 진은영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도 그랬듯 미래에도 아첨하지 않을게 어린 시절 순결한 비누거품 속에서 우리가 했던 맹세들을 찾아 너의 팔에 모두 적어 줄게 내가 나를 찾는 술래였던 시간을 모두 돌려줄게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벌들은 귓속의 별들처럼 웅.. 2022. 11. 13. 명화 [이 한편의 시조] 명화 /이정재 부산시조시인협회·국제신문 공동기획 입력2022.11.10. 오전 3:03 굽어서 쪼그라든 아내의 등을 보면 밀레의 이삭 줍는 그림이 생각난다 팽하니 눈물이 돈다 밥술 뜨다 별안간 어느 시인은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이면 사랑이 시작된다고 하였다. 시인은 하루 종일 바깥일을 하고 와서 가족을 위해 저녁상을 차려주는 아내의 뒷모습을 보고 밥술 뜨다 별안간 울컥 눈물이 솟는다. 밀레의 ‘이삭줍기’ 속 세 여인은 농사조차 짓지 못할 만큼 가난해 추수가 끝난 다른 사람의 밭에서 남아 있는 이삭을 줍고 있다. 밀레는 일하는 것을 신성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그 모습을 자주 그림에 담았다고 한다. 밀레의 그림에 농사짓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공감해주.. 2022. 11. 11. 이전 1 ··· 6 7 8 9 10 11 12 ··· 85 다음